배고픈 계열사 vs 두둑한 지주사, SK에 무슨 일이? [넘버스]

  • 2023.10.16 12:44:47
  • kimhi65@0c7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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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지주사와 계열사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SK㈜의 실적은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찍었지만 SK그룹은 3년 만에 순손실을 기록했다.

SK㈜가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인 배당금 수익이 급증한 가운데,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IT서비스 매출도 덩달아 증가한 결과다. 


 

SK그룹 계열사, 화학·석유·반도체 업황악화로 실적 '우울'

기업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규 먹거리를 찾기 위해 수년간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 여기에 상당한 자금이 든다. 실적이 좋아 현금이 넉넉히 들어오면 부담이 덜하지만, 지금과 같이 경기가 위축되면 기업은 겹악재에 빠질 수 있다. 현금은 마르는데 돈 나갈 곳이 많아 빚과 이자가 같이 불어날 수 있어서다.


한국기업평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참고
SK그룹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핵심 계열사의 실적이 줄어 3년만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와중에 투자를 확대하느라 차입금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SK그룹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0.8% 증가했지만 매출원가 급증으로 영업이익은 무려 72.1%나 쪼그라 들었다. 순손실 규모는 103.9% 급감하며 타격을 입었다. 

SK그룹의 전체 합산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정유·화학·반도체 사업 부문이 업황 악화로 실적이 줄어든 영향이다. 금리 인상으로 소비 심리가 둔화되면서 석유 제품 수요가 감소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PC·모바일 등 소비자향 수요와 데이터센터 등 기업향 수요가 모두 줄었다. 


한국기업평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참고
이에 따라 현금흐름 주요 지표인 EBITDA(에비타, 상각전 영업이익)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 가운데 신사업 확대에 들어가는 자본적지출(CAPEX) 규모는 79.2% 늘었다.

이 과정에서 돈을 끌어다 써 차입금이 불어났다. SK그룹의 총차입금과 순차입금은 각각 10.8%, 11.5%씩 증가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4조4683억원으로 적자폭이 3배 넘게 확대되면서 자금 여력과 재무 부담이 모두 가중됐다.

 

SK㈜ 배당금 수익·브랜드 사용료 전년동기비 89% 급증 


한국기업평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참고
반면 SK㈜는 실적과 현금 유입 모두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SK㈜의 매출은 43.5%, 영업이익은 83.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9.6%에서 50.6%로 21%포인트, 순이익은 37.1% 늘었다. 


한국기업평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참고
이에 따라 EBITDA는 76.8% 증가했다. 재무 지표도 전체적으로 개선됐다. 통상 계열사의 재무 부담이 커지면 지주사가 자회사 자금 지원에 나서지만 SK㈜는 되레 곳간을 걸어 잠그고 허리띠를 졸라맨 덕에 넉넉한 실탄을 확보했다. 올 상반기 자본적 지출 규모는 1133억원에서 776억원으로 줄었고 FCF는 1조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SK㈜의 매출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투자부문은 종속회사와 투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수익과 브랜드 사용수익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SK(주) 반기보고서 참고. 단위는 억원

 

올해 상반기 투자부문 매출은 1조3379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9%나 늘었다. SK㈜의 배당 수익은 1조1655억원, 브랜드 사용수익은 17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5.8%, 21.2%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SK(주) 반기보고서 참고. 
 

사업부문 매출도 최대치다. SK㈜는 2015년 흡수합병한 SK C&C를 통해 계열사에 IT서비스를 제공한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1조940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순이익 감소에도 '배당 잔치' 

이와 같이 SK㈜의 매출은 계열사 실적에 좌우된다. 그렇다면 올해 핵심 계열사의 실적 감소에도 SK㈜가 최대 매출을 낸 이유는 뭘까? 

SK㈜ 측은 매출 증대의 주요 이유로 배당을 꼽았다. SK㈜ 측은 "배당은 2022년 매출을 기반으로 한다. 시차를 고려해야 한다"며 "지난해 정유화학과 에너지 등에서 매출이 급증해 특별 배당으로 배당이 늘었다"고 답했다. 

SK㈜ 측의 설명은 일부 타당한 면이 있다. 지난해 SK이엔에스와 SK이노베이션은 매출 급증으로 배당을 크게 확대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이엔에스와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주당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3배, 5배 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SK이엔에스는 6310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전년보다 63.6% 증가한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2.5배 넘는 5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배당했다.

당기순이익만 보면 결과는 달라진다. 당기순이익은 주주의 몫을 나타내는 자본으로 자본 내에 이익잉여금에 산입된다. 상법에 따르면 배당은 이익잉여금을 한도로 한다. 매출이 아닌 순이익을 기준으로 배당금을 산정하는 이유다. 


한국신용평가 자료 
 

지난해 SK그룹의 연결 매출은 38.4%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30.5%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저하되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등했던 유가와 정제마진이 정상화되면서 실적 개선세가 주춤한 결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SK(주)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 참고. 단위는 억원
올해 SK㈜가 거둬들인 배당 수익 규모가 적정했는 지는 지난 2018년과 비교하면 보다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 

SK㈜는 2018년 6조1511억원의 그룹 순이익을 바탕으로 2019년 1조542억원의 배당수익을 냈다. SK그룹의 당기순이익에서 SK㈜의 상반기 배당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17.1%다. 올해 상반기 지난해 SK㈜ 연결 순이익 대비 SK㈜의 배당 수익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9.4%로 12.3% 포인트 차이난다. 올해 SK㈜가 배당금을 비교적 많이 거둬갔다는 얘기다.  

출처 : 블로터(https://www.bloter.net)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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